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가 올해 중국에서 120억 달러(약 16조 5000억 원)어치의 인공지능(AI) 칩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비디아가 향후 몇 개월 간 새로운 H20 칩을 100만 개 이상 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H20은 미국의 규제를 피해 중국 수출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제품으로, 연산 능력은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인 ‘H100’의 5분의 1 수준이다. 칩 한 개의 가격이 1만 2000달러에서 1만 3000달러 사이로 형성되어 있어 연 매출은 약 1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1월에 끝난 회계연도에 중국 사업 전체에서 나온 매출(103억 달러)보다 높은 수치다.

미국 행정부는 2022년 10월, 중국이 군사적 용도로 강력한 AI 시스템을 갖출 가능성을 우려하며 엄격한 대중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규제로 인해 중국 내 사업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중국 내에서 첨단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H20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칩 컨설팅 회사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올해 H20의 판매량은 경쟁 제품인 화웨이의 ‘어센드 910B’ 판매 예상치(약 55만 개)의 두 배에 달할 전망이다. 모건 스탠리는 “H20이 현재 대량 출하되고 있다”며 “이는 미국에서 출시된 엔비디아 칩에 비해 성능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중국 고객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전했다.

미국의 수출 규제 이후, 엔비디아 매출에서 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규제 도입 이전인 2021년에는 엔비디아 매출 중 중국 비중이 25% 이상이었지만, 올해는 1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의 엄격한 수출 통제로 인해 중국에서는 엔비디아 반도체 밀수 시장까지 형성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밀수업자들은 유학생들을 활용해 반도체를 중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는 닌텐도 스위치 콘솔 크기 정도라 운반이 용이하며, 공항에서 의심받지 않는다고 WSJ는 설명했다. 학생들은 반도체 한 개당 100달러의 수고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공급된 반도체는 중국 주요 기술 기업의 수요를 충족시키지는 못하지만, AI 스타트업이나 연구소에는 충분한 조달이 되고 있다.

박은지기자/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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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나무위키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