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으로 입원 중인 장모에게 불붙은 휴지를 던지며 '퇴마 의식'을 진행한 40대 남성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1부(정재오 최은정 이예슬 부장판사)는 최근 존속살해미수와 현주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45)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존속살해미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현주건조물방화치상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라이터로 휴지에 불을 붙여 입원 중인 장모에게 던졌다. 범행 후 그는 병실을 떠났지만, 다행히 주변에 있던 다른 환자의 가족이 장모를 구조하여 장모는 두피, 왼손, 얼굴, 목 부위 등에 2도 화상을 입는 데 그쳤다. A씨는 "퇴마 의식을 하던 중 휴지를 공중에 날리자 장모가 갑자기 움직이며 불이 번졌다"며 "환각 등 부작용이 있는 약을 과다 복용해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A씨에게 살인 의도가 있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1심 재판부는 "퇴마 의식을 하던 중 장모가 갑자기 움직여 불이 번진 것"이라며 현주건조물방화치상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만약 피해자를 살해하려 했다면 더 은밀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더 강력한 인화물질을 사용했을 것이다.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존속살해미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동일하게 살인 의도를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병원에 소화 장비가 갖춰져 있고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어 연기나 냄새가 나면 조기에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쉽게 인식할 수 있었다"며, A씨가 방화 후 불길을 더 빨리 번지도록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고, 제삼자가 병실에 들어와 불을 끄는 것을 막지도 않았다는 점을 들어 존속살해미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김태문기자/2024.06.18

ktm0202@naver.com

사진출처:챗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