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남서부의 한 화산이 29일(현지시간) 또 폭발해 용암 분출이 시작되면서 그린다비크 해안 마을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이번 폭발은 지난해 12월 이후 5번째로, 시뻘건 용암이 하늘 높이 솟구쳐 올라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온천지대인 블루 라군 일대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린다비크 인구 3800명의 소도시 북부에서 용암이 분출하기 시작한 것은 이날 오후 몇 차례의 지진이 이어진 이후였다. 이 지역 주민들은 작년 12월 화산이 처음 분출할 때 대부분 대피했으나, 이번 분출로 다시 한 번 자연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초저녁이 되자 분출 활동은 어느 정도 잦아들었지만 초기 용암 폭발은 이전의 어떤 화산 활동보다도 강력한 것으로 관측되었다. 용암이 분출된 분화구로부터 하늘로 치솟은 높이는 50m에 달했고, 분출구로부터 3.5km에 걸쳐 긴 흐름을 보였다고 아이슬란드 기상청은 밝혔다.

그린다비크 마을을 용암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3개 도로 중 두 군데의 진입로가 장벽으로 봉쇄되었고, 용암은 세 번째 도로 부근까지 도달했다. 판나르 요나손 그린다비크 시장은 아이슬란드 국영 RUV방송을 통해 "현재 도심부를 향해 흘러가고 있는 용암의 양은 전에 비해 훨씬 많다"고 경고했다. 이미 용암이 대부분 지역을 덮쳤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날 앞서 시내에 있던 노동자들과 남아있는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화산 폭발 후 한동안 분화구로부터 흘러나온 용암이 지하수와 만나 끓어오르는 잿물이 거대한 검은 기둥 모양으로 솟아올랐다.

그린다비크는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남서쪽 50km 거리에 있으며, 지난해 11월부터 12월 18일로 예고된 화산 폭발에 대비해 대피가 시작되었다. 이후 일어난 화산 폭발로 일부 방호벽들이 무력화되면서 시내의 여러 빌딩이 용암에 뒤덮였다.

이번 화산 폭발 지역은 스바르셍기 화산계의 일부로 800년간 잠들어 있다가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이곳에서는 올해 2월과 3월에도 화산 폭발이 일어났으며, 2월 8일의 분출은 송유관까지 덮쳐 수천 명의 주민이 난방과 온수를 사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북대서양 화산대에 위치한 아이슬란드는 주기적으로 화산 폭발이 일어나 대처 경험이 풍부한 나라이다. 최근 가장 파괴적인 화산 폭발은 2010년 에이야파라요쿨 화산 폭발로, 거대한 화산재 구름이 대기로 분출되어 유럽 전역의 공항과 항로가 폐쇄된 사건이 있다.

박은지기자/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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